백화점이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4월 들어 많은 백화점들이 일제히 세일을 시작하며 진짜 백화점과 같은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기를 바라며 세일을 시작했으나 세일 역시 예전 같지는 않다. 세일 시작 공지와 함께 몰려들던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싱아를 찾던 박완서 선생님처럼 다시 한번 목 놓아 불러본다. 고객님들 다 어디 갔어요?
싱아를 찾던 소설은 옛 추억을 더듬는 내용이라면 현재의 백화점은 그저 오지 않는 고객이 오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다만 전 달에 비해서는 고객이 조금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게 딱히 세일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그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요즘 세일 내용을 보면 몇 년전 폭탄세일이라는 말을 달고 판매하던 그 만큼의 할인폭을 제안하고 있다. 50~60%는 기본이고 80~90% 할인율을 적용한 브랜드들도 눈에 보일 정도로 폭탄세일을 이어가고 있다.
어쨌든 파격 세일이 이어지는 가운데 4월 매출은 전 달에 비해 소폭 상승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세일도 세일이지만 집에 갇혀있던 사람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하나둘 세상 밖으로 탈출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럴 때 유통맨의 입장에서 참 난감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어가야 할 것인지,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사람을 불러 모아야 하는 게 맞는 것인지. 헛갈린다.
이럴 때는 그냥 눈 감고 가는 대로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사람을 일부러 불러 모으려는 것에서도 살짝 빗겨 있고, 반대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하는 것에서도 물러서 있으면 된다. 신념이 강한 어떤 사람들에게 욕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비상시국에서는 눈 딱 감고 현재의 흐름에 몸을 실을 수밖에..
비겁하다 욕하지마, 더러운 뒷골목을 헤매고 다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