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상 창작한 디자인 –회사가 가질까? 종업원이 가질까?
디자이너가 회사에 재직하면서 업무상 창작한 디자인은 원시적으로 누구의 권리일까? 회사에 재직하면서 업무상 창작한 것이니, 그리고 회사는 이에 대한 대가로 급여를 주고 있으니, 해당 디자인에 대한 권리는 당연히 회사가 소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발명진흥법’)에는 디자이너가 회사에 재직하면서 업무상 창작한 디자인이더라도 원시적으로 그 권리는 회사가 아닌 디자이너가 갖는 것으로 나와 있다.
발명진흥법 제10조는 <직무발명에 대하여 종업원이 디자인등록을 받았거나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승계한 자가 디자인등록을 받으면 사용자는 그 디자인권에 대하여 통상실시권(通常實施權)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발명은 특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발명 뿐만 아니라 디자인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창작, 즉 디자인을 포함한 개념이다. 따라서 원천적으로 종업원이 직무상 창작한 디자인의 권리는 종업원에게 귀속된다.
그러나 회사 입장에서 보면 종업원에게 디자인을 개발하라고 급여까지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업원이 창작한 직무디자인에 대하여 권리를 갖지 못하고 단지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만 갖는다고 하면 억울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법은 종업원과의 협의를 거쳐 미리 종업원의 직무디자인에 대하여 사용자에게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나 디자인권을 승계시키는 계약 또는 근무규정을 체결 또는 작성한 경우에 한해 해당 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회사가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사전예약승계규정>이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회사가 직무디자인을 승계할 수 있다는 승계규정이 ①종업원과 협의를 거쳐야 하며, 또한 ②직무디자인 창작 이전에 미리 작성 또는 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전에 작성된 승계규정>이 없는 경우 직무디자인이 창작된 이후에 회사는 종업원에게 해당 디자인에 대한 권리(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 or 디자인권)를 승계하겠다고 주장할 수 없으며 종업원 또한 해당 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회사에게 넘겨줄 의무도 없다.
물론 <사전예약승계규정>이 없다하더라도 회사가 승계하겠다고 말하고 종업원이 이에 대해서 동의하면 당사자간 합의에 따라 승계는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종업원이 승계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회사는 해당 직무디자인에 대한 권리 승계를 주장할 수가 없다.
그러면 <사전예약승계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회사의 경우 종업원이 직무상 창작한 직무디자인에 대하여 어떠한 권리를 가질까?
만약 회사가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른 중소기업인 경우에는 디자인권을 승계받지 못하더라도 앞에서 언급한 <통상실시권>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 경우의 통상실시권은 무상이다.
반면 회사가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른 중소기업이 아닌 경우에는 예컨대 연간매출액이 1,500억원을 초과하는 의류 기업인 경우 <사전예약승계규정>이 없으면 통상실시권도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기업 규모가 큰 기업입장에서 보면 <사전예약승계규정>을 반드시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기업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더라도 직무디자인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하려면 <사전예약승계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럼 <사전예약승계규정>을 근무규정에 마련해 놓았을 경우 종업원이 창작한 직무디자인은 당연히 회사 소유가 되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종업원이 직무디자인을 완성한 경우 종업원은 회사에 직무디자인 완성 사실을 회사에 문서로 알려야 한다. 그리고 회사는 발명완성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4개월 이내에 승계여부를 종업원에게 문서로 알려야 한다. 만약 4개월 이내에 승계 여부를 알리지 아니한 경우 디자인에 대한 권리 승계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며 이 경우 회사는 종업원의 동의 없이는 통상실시권도 가질 수가 없다. 따라서 회사는 반드시 종업원에게 승계여부를 반드시 <문서>로 알릴 필요가 있다. 만약 회사에서 승계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하더라도 ‘승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종업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경우에는 회사는 통상실시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회사는 <사전예약승계규정>을 반드시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직무디자인 완성 사실을 종업원으로부터 통지 받은 경우 그 승계여부를 4개월 이내에 반드시 문서로 알리는 것이 좋다. 승계하고 싶지 않는 경우에도 종업원에게 승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문서로 알려야 한다. 그래야 종업원이 한 직무디자인에 대하여 최소한 통상실시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통지를 하지 않는 경우 종업원의 동의가 없는 한 회사는 통상실시권도 갖지 못한다.
한편 <사전예약승계규정>이 있어 회사가 직무디자인에 대하여 승계한다고 종업원에게 통지할 경우 종업원은 회사에 대하여 넘겨주는 대가로 보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회사 입장에서 보면 급여를 줬으면 됐지 또 무슨 보상을 청구하느냐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우리 법은 급여 외에 종업원은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종업원의 직무디자인에 대하여 회사가 승계하였다면 회사는 종업원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줘야 한다.
상표이야기를 연재하는 한태근 변리사는 무려 서울대학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나 술이 싫다며 식품을 버리고 법을 공부해 변리사가 됐습니다. 한 변리사는 상표 및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여러 가지 업무에 관여하고 있으며 현재 강한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대표 변리사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