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 위기 시절 3~4년을 보내면서 과거의 경영 방식에서 현대의 경영 방식으로 바뀌며 기업이 정리되고 또한 살아남은 기업은 재가동을 시작하게 된다. 우리 회사도 새로운 경영을 위해 종합회사에서 분야별 별도회사로 분리 경영하기로 하였다. 무역, 패션의류, 스포츠 캐주얼 등 3개 분야로 분할 경영을 결정한다.
2001년 9월 말쯤 어느 날 회장실의 호출을 받았다. 회장님께서 사업 이야기와 회사 분할을 말씀하시며, “백상무가 스포츠 캐주얼 부문을 잘 이끌어 주면 좋겠다”하시며 악수를 청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얼떨결에 “열심히 하겠습니다”하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무슨 말씀인가? 혹시.... ’
자리에 오니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다.
“회장님이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분사와 스포츠 캐주얼 부문을 말씀하시던데... 나한테 대표직을 맡으라는 말씀으로 들었습니다만”
“맞습니다”
분사하게 되면 신규 회사로 여러 가지 일을 새롭게 해야 하는데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다. 당시 임원은 상무인 나와 이사 2명이 전부였다. 따라서 여건상 지금은 내가 맡을 때가 아닌 것 같았다. 현재는 직원 교육과 브랜드 경쟁력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대표이사직에 아직 관심이 없어요. 단지 일이 재미있어서... 지금은 직원들과 열심히 일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래야 신규 회사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대표이사직의 기회가 오면 기꺼이 하겠지만, 더 유능한 분에게 기회가 먼저 가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회장님께 좀 전달해 주세요”
당시 나보다 선배 임원들이 몇 분 더 계셨다. 솔직히 나는 자리에는 욕심이 없었고 다만 브랜드 사업 자체가 재미있었다. 그래서 맡은 업무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비서실에서 내 생각을 회장에게 전달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지만, 2001년 12월 1일부로 분할 회사 대표이사로 발령이 났다. 또한, 회사는 무교동에서 과천 사옥으로 이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