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사고뭉치 똥고발랄 저를 키우느라 힘드시죠?
엄마 아빠께 든든한 딸이 되고 싶은데 제가 부족한 거 같아요.
말썽 피우지 않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들을께요.
나중에 돈도 많~~~~~이 벌어서 호강시켜 드릴께요.
사랑해요~
oo 올림.
어버이날 따님의 편지입니다.
편지는 종이로 예쁘게 접은 ‘카네이션 화분’과 함께 전달받았습니다.
카네이션 화분을 만드는데 만 3시간이 걸렸다며, 두개 만들 시간이 없으니 엄마와 아빠 공동선물이라고 합니다.
편지를 읽다 호강시켜 준다는 말에 웃음도 나고, 어느 덧 훌쩍자라 편지도 쓸줄 알게 된 따님 모습에 흐뭇한 미소도 나왔습니다.
“오!! 따님.. 의젓한 데... 고마워~”
하며 따님을 안아줬습니다.
그런데.... 따님의 약속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어버이날을 맞아 따님 외할버지와 외할머지와 식사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차로 이동하는 내내 휴대폰만 보고 있던 따님은 식사자리에서도 휴대폰만 보고 있었습니다.
외가에 가면 항상 신나게 웃고 떠들며 놀아주던 사촌오빠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더 이상 따님을 신경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휴대폰 그만보라는 아빠의 잔소리에 따님은 입이 삐죽 나와서 뾰로퉁해졌습니다.
휴대폰을 보지 못해서인지 심술도 부리고 짜증도 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식구들 듣지 않게 조용히 따님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따님, 지금 뭐하는 짓이야.. 너 어제 편지 쓴 내용은 다 거짓말이야?”
“아니. 아빠한테 짜증내는 게 아니라.. 그냥 배가 불러서 먹기 싫다고..”
따님은 편지 얘기에 조금 당황한 눈빛을 띠며... 변명을 하곤 나름 차분해 지려고 노력했습니다.
따님이 어버이날 편지에 담은 약속이 며칠을 갈 수 있을까요?
아마도 하루 효과 본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따님의 편지를 책갈피에 넣어두고 가끔 읽어 봅니다.
편지를 읽다보면 따님의 얼굴도 생각나고, 어릴 적 귀여웠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더 낡기 전에 액자에 넣어서 잘 보관해야겠습니다.
나중에 따님이 커서 월급 받는 날에 전달해 주면 당황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