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고객 만족 경영은 모든 회사에서 유행하고 있었다. 1995년도 초 본부별 대표이사에게 신년 사업계획을 보고하는 시간이었다. 당시 고객 만족이라는 단어가 한참 유행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나는 직원들과 매장을 다니며 나 나름대로 느끼는 것이 있었다. 회사 직원들이 직접 고객을 접하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 고객 만족은 백화점/대리점(매장) 직원을 통해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매장 직언들은 사기를 높이는 여러 가지 이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상당히 호응이 좋았고 영업 성과도 향상되어 갔다.
신년도 사업계획을 보고하는 중에 사장님이 갑자기 질문하셨다. “백 부장, 당신 부서의 고객 만족 점수는 몇 점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 당시 내가 맡은 부서의 성과가 많은 향상이 있으니 칭찬하시려고 물으시는 것으로 느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뜻밖의 대답이 내 입을 통해서 나왔다.
“사장님, 제가 영업을 하다 보니 고객 만족보다는 직원 만족이 선행되어야 고객 만족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생각은 나의 평소 생각이었다. 대답과 동시에 몇 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사장님의 갑작스러운 역정으로 회의가 중단되고 사장님의 일방적인 훈시 시간으로 변하게 되었다. 약 1시간 정도의 훈시 중에 나는 깨달았다. 내 대답이 사장님 입장에서는 직원 경영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직원이 숨도 못 쉬가 훈시를 들으며 다른 부서는 보고하지도 못하고 스포츠 본부 신년 사업계획 보고가 끝났다. 본부 전체의 분위기가 침울해졌고 타 부서 부장들이 나를 위로했다. 나도 사장님께 표현이 서툴렀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오후에 기획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백 부장,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사장님께서도 백 부장 이야기가 일리가 있다고 말씀하시며 백 부장에게 위로의 전화를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내가 현장을 다니며 느낀 것을 솔직하게 말하니 속이 조금은 후련했다. 매장 직원에게는 “너희가 코오롱 사장이다. 고객이 만나는 코오롱은 자네들이니 자네들이 사장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최선을 다해라. 사무실에게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들은 자네들이 장사하는 데 불편이 없게 도와주는 직원이니 충분히 활용토록 하게나. 잘 안 되는 곳은 나에게 보고해라, 또한 사무실 직원들에게는 매장 지원이 최우선의 목표이고 사무실 직원이 매장 지원을 잘하게 하려면 정말 직원 만족이 우선 되어야 한다”라고 항상 말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러한 생각은 나에게 ‘직원 만족, 고객 만족, 주주 만족’을 통한 ‘행복 경영’이라는 경영 철학을 만들어주었다.
백덕현은 1951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하여 잭 니클라우스 팀장 코오롱스포츠 사업부 이사 등을 역임하며 생산과 유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1년 당시 상무 직급으로 FnC코오롱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으며, 2004년 FnC코오롱 중국법인장을 맡아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이사로 복귀하여 코오롱그룹의 패션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제18대 한국의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6년에 제3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