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도토리묵을 잘 만드는 가게가 있습니다.
손두부를 만들어 팔던 가게 주인이 가족들 먹으려고 만들었던 도토리묵을 한 명, 두 명 단골 손님들이 사가다가 입소문을 타고 정식 상품으로 가게 진열대에 올려졌습니다.
이수의 저녁밥상에도 가끔 도토리묵밥이 올라옵니다.
구수한 멸치육수와 어우러진 찰진 도토리묵 식감과 쌉싸름한 뒷맛이 별미입니다.
이수는 도토리묵에 김치고명을 듬뿍 넣어 한그릇을 금새 비웁니다.
마눌님 : “이수 넌 입맛도 참 별나다. 네 또래 애들은 도토리묵 안 좋아하는데...”
이수 : “맛있는 걸 어떡해! 그리고 내가 뭐 햄버거 같은 거 좋아하면 좋겠어?”
마눌님 : “잘 먹어서 좋다고...”
이수 : “나 유치원 때 롯데월드 갔을 때 간식으로 햄버거를 나눠줬었어.. 억지로 먹었네..”
마눌님 : “넌 햄버거나 탄산음료 거의 안 먹으니까, 그럴 땐 가끔은 먹어도 돼.”
이수 : “난 햄버거는 별로야...”
이수의 입맛은 좀 특이합니다.
피자보다 김치볶음밥을 좋아하고, 짜장면보다 봉골레 파스타를 좋아합니다.
달달한 음식보다는 조미료가 안 들어간 토속적인 맛을 좋아합니다.
라면을 먹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입학 후 입니다.
라면보다 좋아했던 건 베트남 쌀국수입니다.
몇 년 전에 아빠랑 주말 나들이를 하다가 베트남 쌀국수 집에 들렀던 적이 있습니다.
아빠가 고수를 추가해 넣어 먹었더니 이수도 고수를 넣어 먹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가게 주인이 어린애가 고수 먹는 건 처음 본다며 신기해 하기도 했었죠.
“애 입맛이 애들 입맛이 아니라 어른 입맛이라서요...”
이수 대신 아빠가 대신 설명을 해줬습니다.
이수 : “아빠 애들은 고수 안 먹어?”
아빠 : “음, 고수 좋아하는 애들은 거의 없지... 아빠도 고수를 처음 먹은 게 30살 넘어서 였어”
이수 : “아 그래. 난 괜찮은데. 고수 먹는 게 나쁜 건 아니지?”
아빠 : “좋은 거지. 이수처럼 음식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게 제일 좋은 거지...”
외식보다는 집밥을 좋아하고, 인스턴트 음식보다 엄마의 미역국을 더 좋아하는 이수의 입맛이 보기 좋습니다.
청소년이 돼 가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점점 인스턴트 음식을 먹을 기회도 많아지겠지요.
그래도 아빠는 이수의 입맛이 유지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수가 유치원 시절 청국장에 들어간 콩을 골라먹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