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사업에서는 액세서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가방 브랜드의 론칭을 준비하고 있었다. 타 회사에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이사로 영입하여 1년 동안 준비하고 있었다. 준비한 내용을 들어보니 1년 동안 준비된 게 별로 없었다. 액세서리 브랜드 경험이 없는 회사에서 1인이 준비한다는 계획 자체가 무모했다.
일부 임원을 모아 회의를 하니 액세서리 브랜드 사업의 노하우가 없는 우리 회사로서는 처음부터 론칭할 수는 없고, 어려운 개인기업을 찾아 자금 지원으로 참여하거나 인수하여 브랜드를 키우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리하여 자금 부족이나 경영이 어려운 회사를 찾아보라고 지시하였다.
얼마 후 직원들이 3~4개의 개인기업을 리스트업 하고, 각 브랜드 현황을 가지고 왔다. 그중 선택을 한 것이 쿠론이라는 브랜드였다. 내가 직접 매장을 방문하여 당시 회사 소유자인 석정혜 사장(디자이너)과 면담을 했다. 회사의 생산 시스템 그리고 직원들의 현황에 관해 설명을 듣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당사의 누구와 같이 사업을 진행할까?”라는 생각했고 석정혜 사장의 특성과 당사의 누구와(본부장) 가장 좋은 조합일까를 고려해 보았다. 다행히 지주회사에서도 사업 인수를 동의해주었다. 나는 다시 인수자와 피인수자의 조건을 조정 합의하고 인수 결정을 하였다. 다만 석정혜 대표를 이사로 영입하고 5년 근무 조건을 달았다.
결정되고 사업을 코오롱에서 진행하게 되니 지주회사의 의견이 있었다. 그런데 사업의 주체(본부장)를 바꾸라는 것이었다. 사업은, 특히 인수 사업은 누가 하는가가 중요하다. 인수 전 사업의 주체를 검토하여 완료했는데 중간에 사업 본부장을 교체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했다. 아마 당시 본부장을 교체했으면 쿠론이라는 브랜드 사업은 실패했을 것이다
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쿠론을 인수해서, 코오롱이 패션업계에 ‘강타’를 날리고 업계의 인식을 바꾸어 놓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1년 뒤 같은 방법으로 여성복 ‘자딩’을 인수하여 브랜드 성장과 안정화를 성공시킴으로써 패션업계의 위상을 높이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몇 년 뒤 숙녀화 업체를 인수해 확대하여 안정화하게 된다.
백덕현은 1951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하여 잭 니클라우스 팀장 코오롱스포츠 사업부 이사 등을 역임하며 생산과 유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1년 당시 상무 직급으로 FnC코오롱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으며, 2004년 FnC코오롱 중국법인장을 맡아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이사로 복귀하여 코오롱그룹의 패션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제18대 한국의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6년에 제3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