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보지마!!”
“아빠 변태야? 어딜 봐?”
어허. 이녀석. 요즘 아빠를 변태로 몰아갑니다.
아빠 앞에서 훌떡훌떡 옷을 갈아입으면서 가만히 있는 아빠에게 뭐라고 합니다.
아빠 샤워할 때 벌컥벌컥 목욕탕 문을 열고 들어와 제 할일 다 하고 나가면서
자기가 목욕할 때 칫솔 가지러 잠깐 문을 여는 아빠에게 ‘변태’ 라고 소리칩니다.
이수는 초3학년 때까지 아빠랑 샤워를 했습니다. 3살 무렵부터 거의 8년 동안 아빠랑 샤워했습니다.
아빠가 이수랑 샤워를 하게 된 계기는 엄마에게 속아서 입니다.
“이수는 여자다. 요즘 애들은 빨라서 7살 이면 남자를 알아서 아빠랑 안 놀아준다. 어릴 때 많은 시간 보내라~”
일리 있는 설득에 이수를 씻기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엄마랑 씻을 때도 있지만 이수는 아빠랑 씻는 걸 좋아했습니다.
엄마는 깨끗이 씻는 것에 주목했지만
아빠는 이수와 놀아주며 씻겨주기 때문입니다. 소꿉놀이도 했다가, 비누방울 만들기도 했다가, 욕실 거울에 그림 그리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이수는 4학년이 되면서 혼자 샤워하기 시작했고(4학년 때도 몸이 피곤하면 아빠를 불러서 씻겨 달라고 했죠) 5학년이 되어서는 아빠가 욕실 문만 열어도 소리를 치네요.
아빠 앞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아빠 변태야?”
농담반 진담반으로 건네는 말도. 언젠가는 자기 방에서 문 꼭 닫고 혼자 하는 일들이 많아지겠지요.
이제 몸도 마음도 소녀가 되어가는 이수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부모로서 흐뭇합니다.
한편으로는 이수와 같이 하는 일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네요.
(사진은 영화 변태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