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래라.... 나중에 너 시집가고 나면 아빠 찾아오지 마라!”
“그래 그럴 거다 뭐....”
“아빠 늙고 병들어도 찾지 마... 너 힘드니까.”
“알았다니까...”
눈물을 흘릴 듯 말 듯 이수가 돌아섭니다.
이수와 말다툼까진 아니지만, 빈정이 상해서 서로 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지난 주말 이수와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이수의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셔서 홀로 계시는 할아버지를 찾아뵈었습니다.
이수는 시골집이 싫습니다.
아빠 어렸을 적 집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지만,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이수는 시골집이 편치 않습니다.
연로하신 할아버지는 거동도 불편하셔서 이수랑 놀아주지도 못하죠.
아빠는 집 청소에 바쁘고, 엄마는 부엌에서 할아버지 밥 찾아드리고 냉장고 정리로 바빠 이수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습니다.
이수는 시골집에 가면 핸드폰 게임만 합니다.
“내 황금 같은 주말을 이렇게 보내는 거야?”
걸레질을 하는 아빠 옆에서 이수가 한마디 합니다.
“이번 주는 어쩔 수 없어. 이수는 곧 방학이잖아.”
“방학은 방학이고, 주말은 주말이지”
“........... 할아버지 연로하셔서 편찮으시고, 할머니는 입원하셨잖아. 이수가 이해해”
“난 시골이 싫어.”
“싫어도 어쩔 수 없어. 아빠의 부모님이고, 부모님을 찾아뵙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
“왜 그래야 되는데?”
“이수 넌 나중에 결혼하면 아빠가 늙고 병들어도 안 찾아오겠네...”
이수가 순간 당황했지만.. 이수도 지기 싫었던가 봅니다.
“그래 안 찾아 올 거다.”
이렇게 말싸움이 시작됐고, 아빠는 서운한 마음에 더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수도 애써 눈물을 참으며 돌아섰습니다.
아빠 맘도 편치 않습니다. 늙고 병치레 많은 부모님을 편히 모시지 못하는 게 맘에 걸리고,
아직은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따님과 맘껏 놀아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이수 맘도 이해가 됩니다.
이수는 멀미가 심해 장거리 여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시골에는 같이 놀 친구도 없어 더욱 싫어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편찮으시니 아빠가 시골 내려가는 횟수는 많아지다 보니, 이수의 주말도 집안에 있거나 아빠와 시골에 가는 날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주말이면 한강에 가서 롱보드도 타고 싶고, 카페에 가서 차도 마시고 싶은데..
요즘은 아빠와 놀 수 있는 주말이 많지 않습니다.
한참 놀고 싶은 나이, 주중에 학교공부와 학원공부로 지친 아이가 주말에 맘껏 놀고 싶어하는 맘도 부모로서 충분히 이해합니다.
부모의 맘과 자식의 도리 사리에서 아빠는 자식의 도리가 우선하게 되네요.
이수에게 미안하고, 부모님께 죄송한 요즘이지만, 이수도 언젠가는 아빠의 입장을 이해해 줄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