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날 집에서 팔굽혀펴기를 하다, 책상에 앉아 온라인 수업을 듣는 이수(따님의 별명)의 다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길쭉하니 쭉 뻗은 다리가 부러워 한마디 던졌습니다.
“와~ 우리 딸 다리 길다!!”
“그럼 뭐, 아빠 닮아서 다리가 짧았으면 좋겠어?”
“뜨악!! 이놈이. 누가 다리 짧으면 좋다고 했냐?”
“왜 남의 다리를 훔쳐보고 그래?”
“뜨악(2)!! 누가 다리를 훔쳐봐.. 아빠가 팔굽혀 펴기 하다가 네 다리가 보인거지! 그리고 아빠가 딸래미 다리 보는 게 훔쳐보는 거냐?”
이수와 티격태격 다리전쟁을 벌였습니다.
이수는 아빠랑 말장난하며 잠시 수업에서 눈을 돌리고 싶었을 것이고,
아빠는 딸래미랑 말장난 하는 게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이수 넌, 중학교 올라가면 아빠보다 다리가 길겠다.”
“아니지. 지금도 내가 더 길걸?”
“무슨 소리야. 아빠 다리가 아무리 짧아도 키가 있는데.....”
“그럼 재봐.!!”
급기야 초등학교 5학년생과 다리 길이를 재기로 했습니다.
이수를 앞에다 앉히고 서로의 가랑이 사이로 다리를 쭉 뻗었습니다.
자신만만하게 다리를 뻗었다가, 아차!! 싶었습니다.
따님의 다리가 아슬아슬하게 아빠의 몸에 닿을 것 같았습니다.
“됐다. 그만하자....”
“우하하하하,,, 내 다리가 더 길지??”
“길이는 내가 조금 더 길지....ㅜ,ㅜ”
아무튼 아빠는 초등학교(국민학교) 시절 내내 키순서 1~2번을 오갔고,
따님은 1학년 때 2번에서 점점 5~7번까지 뒤 번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바짓단입니다.
이수는 아직까지 옷을 산 후 바짓단을 자른 적이 한번도 없지요..
아빠는 청바지는 물론 면바지를 사도 바지 밑단을 ‘싹뚝’ 잘라내야 합니다.
바지 길이를 재며 마눌님이 웃으며 한소리를 던집니다.
“이야.!!... 이 정도면 의류회사에서 할인을 더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두세 벌만 모으면 바지 하나 만들 원단 나오겠는데...”
아.. 잘려나가는 바짓단을 보면 딱히 반박할 여지는 없습니다.
“그래도 당신보다 내가 조금 더 크지 않아?”
“내 청바지 같이 입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
“.......ㅜ,ㅜ.......”
별수 없습니다. 눈물만 삼켜야지요. ㅜ,ㅜ
“나도 어릴 때 잘 자고, 고기 좀 먹었으면.. 컸을거야...”
조용히 변명을 하고.. 바지 수선을 맡기러 갑니다.
따님 다리가 길어서 다행입니다.
아빠 다리 길이를 닮지 않아 천만 다행입니다.
키도 쑥쑥 자라고 다리도 길쭉길쭉 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성인이 되는 날.
팔등신 미녀의 팔짱을 끼고 맥주한잔 마실 날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