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본사 사무실에 출근하니 느끼는 감정이 새롭고도 낯설었다. 우선 캠피리지라는 회사를 인수 합병하여 과거 FnC코오롱, 코오롱패션, 캠브리지 등 3개 회사가 통합되어 있었다.
과거부터 패션 사업 부문과 스포츠 사업본부의 문화가 많이 달라는데, 거기에 캠브리지라는 남성복 회사를 합병하여 한 회사에 세 개의 다른 문화가 있었다. 숫자나 형식상의 통합은 있었으나 세 개의 회사가 하나가 되는 일체감은 전혀 없었다. 숫자만을 관리하는 경영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회사 분위기는 40여년 전 수출 위주 관리의 모습과 직원들은 40년 전 철제 책상에 앉아 있는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감성 사업의 평가는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가 균형을 맞춰 이뤄져야 하나 정성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고, 업무의 본질을 정확히 모르니 정량적 평가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사업은 점차 축소되어 가고 있었다.
또한 업무의 본질과는 다른 부수적인 업무를 평가의 요소로 삼고 있었다. 직원들은 내부경쟁 위주로 ‘줄서기 문화’가 팽배하고 ‘업무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허하게 구호만 외치는 모습이었다. 임원들은 자기 자리에만 신경을 쓰니 일반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히 높았다.
나는 혼자 어렴풋이 회사의 밑그림을 그렸다. 패션 회사의 공통문화를 만들며, 10년 후의 코오롱 아니, 한국 패션 회사가 월드와이드 경쟁에서 자리를 잡아갈 수 있도록 기초와 방향을 직원들에게 교육하고 동참하도록 3년 동안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으로 내 할 일을 끝내고 나서 후배에게 인계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백덕현은 1951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하여 잭 니클라우스 팀장 코오롱스포츠 사업부 이사 등을 역임하며 생산과 유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1년 당시 상무 직급으로 FnC코오롱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으며, 2004년 FnC코오롱 중국법인장을 맡아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이사로 복귀하여 코오롱그룹의 패션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제18대 한국의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6년에 제3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