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그룹 사장단의 중국 시장 조사를 마치고 나는 확신을 얻었다. 이제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가 되었다. 여러 진출 방법 중에, 중국 시장을 길게 보아 우리 직원의 경험과 실력을 높이려면 직접 진출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하였다.

먼저 상하이 법인을 세우고 2003년 S/S(봄/여름)부터 상하이 백화점 영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준비하였다. 많은 토론을 거쳐 브랜드는 서울에서 잘 나가고 있는 잭 니클라우스로 결정하였다. 반대도 많았지만 브랜드 파워가 있는 미국 브랜드로 정하였다.

“매장은 최대 5개로 운영하며 약 5년간 중국 시장을 배우고 그후에 코오롱 브랜드로 진출을 확대한다”라고 직원들에게 철저하게 교육하고 중국 시장에 대해 10년간 충분히 공부할 준비를 하라고 하였다.

이렇게 하여 국외시장 진출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내가 2003년 10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하고 나서 이 원칙이 무너지고 그 후 확대 위주 사업으로 선로 변경하여 진행하고 있었다. 2005년 상하이 법인장으로 복직하니 이미 매장은 35개로 확장 진행되고 있었다. 본사와 법인에서도 사업을 위한 준비 없이 매장 확대만 하여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겨났고, 상하이 법인의 초기 자본이 매출 부진으로 바닥이 나고 있었다.

나는 사업 시스템을 다시 정비하기로 하였다. 당시의 국외 사업은 정말 어려웠다. 본사의 현지 시장에 관한 이해가 전무하다시피했고, 현지법인은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였다. 당시 본사에서는 숙녀복 진출을 추진하고 있었다. 나는 본사의 계획에 대해 준비 부족과 현지 상황의 몰이해를 이유로 들어 반대하였다.

본사는 닝보의 산산그룹과 합작회사를 만들어 라이선스로 진행을 하였다. 중국 영업과 한국 영업의 차이로 많은 견해차와 시행착오가 있었다. 또한, 상하이 법인을 경영하며 얻은 경험으로 2007년 당사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로 북경에 진출하였다. 이것은 그간 상하이 법인의 경험과 서울 본사의 지원으로 큰 어려움 없이 직접 진출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서울 본사의 3개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러나 외국에서 직접 사업을 한다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다. 이것은 외국 브랜드가 서울에 진출하는 모습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2000~2005년 사이의 한국기업은 중국을 공부하지 않고 의욕만으로 너무 쉽게 진출하여 큰 손해를 보았다. 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비재 사업이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시장을 잘 모르고 한국적인 사고방식과 관행으로 사업을 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