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로 회사가 회생하려면 부실 브랜드를 정래해야 했다. 내가 본부장으로 있는 부서 중 고객의 인지도는 높은데 선호도가 좋지 않아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던 부서가 있었다. 회사 전체 회의에서 브랜드 철수를 강요받았다. 나는 이 브랜드가 선호도만 올라가면 충분히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내게 2년의 기한을 주면 살려보겠다고 보고하니, 복안이 무엇인지 제시하라고 하였다.
다른 브랜드와 비슷한 옷을 만들어서는 선호도를 높일 수 없으니 획기적으로 ‘UN-BALANCE’ 옷을 만들겠다고 했다. 티셔츠의 한쪽 팔은 길게, 한쪽은 짧게, 바지도 오른쪽은 블루컬러, 왼쪽은 브라운컬러, 또한 운동화도 오른쪽은 블랙, 왼쪽은 레드컬러 등 기존의 재킷도 짧은 소매로, 바지도 7부 바지 등 지금까지의 제품과는 다른 모양을 만들어서 브랜드의 선호도를 높이겠다고 보고했다.
나의 이러한 상품 선호도 제고를 위한 복안은 당시 회사 전체적으로 충격을 준 듯했다. 하지만 6개월 후에 브랜드 결정이 내려졌다.
명예회장님의 ‘날로 새롭게 회장님의 ONE & ONLY의 경영이념과 비슷한 UN-BALANCE 개념으로 생각한 것인데 설명이 부족했는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못내 아쉬웠다. 그런데 당시의 그 아이디어가 다른 회사에서 2005년도에 실제로 시장에 출시되어 대성공을 거두는 것을 보고 착잡했다.
백덕현은 1951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하여 잭 니클라우스 팀장 코오롱스포츠 사업부 이사 등을 역임하며 생산과 유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1년 당시 상무 직급으로 FnC코오롱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으며, 2004년 FnC코오롱 중국법인장을 맡아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이사로 복귀하여 코오롱그룹의 패션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제18대 한국의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6년에 제3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