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돌아오는 칼럼의 주제를 잡는 것도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것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오늘은 더욱 감이 잡히지 않아 미뤄놓고 있었는데 속보로 ‘이건희 회장 별세’라는 뉴스를 읽고 쥐어 짜듯 이 글을 적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다. 잘잘못을 뒤로 하고 큰 인물이 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남은 사람들이 그의 잘못을 반성하고 그의 성과를 이어가야 이건희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가 후하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삼성은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임은 틀림없고 언제나 어떤 분야에서건 1등의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안 되는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선대 이병철 회장은 조미료 사업에서 미원에 밀려 1위에 올라서지 못했고, 이건희 회장은 자동차 사업과 백화점 사업에서 쓴 맛을 봐야만 했다.
백화점에서 일했던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는 그 이름 삼성플라자. 나름 유통업계에 여러 가지 의미를 던졌지만, 성공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어려워 보인다. 삼성 출신 유통인들이 지금도 현업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는 여기까지.
사실 이건희 회장의 어록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야 한다”일 것이다. 그 때문인지 삼성은 업종 전환에 성공했고 지금의 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이 말을 요즘 백화점에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사실 오프라인이라는 뼈대를 빼고는 다 바꾸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본다.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 오프라인을 찾는지, 오프라인이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어떤 콘텐츠가 필요한지 생각해야 한다.
백화점은 그냥 백 가지 상품을 판매하는 곳의 의미를 이미 잃었다. 그러니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