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속도로를 지날 때마다 여러 기업의 간판을 보면서 코오롱의 간판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마케팅팀에 고속도로변에 코오롱 광고탑이 보일 수 있도록 하라고 업무 지시했다. 그러고 나서 경부 고속도로변에 몇 번 광고를 하였다. 특히 2000년도 들어 중국인이 오가는 인천공항고속도로에 광고하려고 했으나 경쟁이 치열해서 실행하기 어려워 안타까웠다.
내가 입사할 무렵, 경부고속도로변 구미공장에 설치된 코오롱이라는 간판은 코오롱인들의 자부심이었고 또한 코오롱을 알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하였다. 당시에는 고속도로에서 아주 잘 보였지만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뒤에 어느 고속도로변에서도 코오롱 광고 간판을 볼 수가 없었다.
나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릴 때마다 생각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원의 물류창고를 새롭게 건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새 물류창고는 반드시 경부고속도로 서울-대전 사이에 세워 물류기지 및 건물 위에 코오롱이라는 이름을 새기겠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어느 날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동탄 부근에 공단을 조성하고 있은 것을 보았다. “여기다!”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다음 날 경영지원장을 불러 다음 물류창고는 현재 조성 중인 동탄 공단으로 하고 가능한 고속도로에 가까운 장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직원들의 권유로 물류기지 후보를 몇 군데에 가보았으나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동탄 공단 조성지를 발견한 것이다. 우리가 물류기지를 찾는다 하니 지주사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고 있었다. 또한 그 쪽에서도 몇 개의 부지를 소개해 주었다.
내가 동탄고속도로 주위를 거의 결정하니, 누구의 소개인지 모르겠지만 경영지원실에서 감곡 근처에 싸게 나온 땅이 있다고 지주사에서 매입 권유가 있었다고 구매 결정 기안서를 가지고 왔다. 결재를 받으러 온 경영지원실장과 총무부장은 나에게 입사 후 가장 크게 야단을 맞았다. 그리고 결재서류에 결정적 미비점이 있어 결재하지 않고 보류하였다. 그러나 용지 매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은퇴하게 되었다.
은퇴하면서 경영지원실 직원에게 우리가 물류창고를 왜 경부고속도로 주변에 세워야 하는지 다시 설명해주면서, 그래야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거라고 조언해주었다.
이후에 동탄 공단부지가 동이 나서 매입하지 못하고 타 회사와 재판해서 겨우 확보할 수 있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현재 경부고속도로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공고탑이 있는 곳에 물류창고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백덕현은 1951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하여 잭 니클라우스 팀장 코오롱스포츠 사업부 이사 등을 역임하며 생산과 유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1년 당시 상무 직급으로 FnC코오롱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으며, 2004년 FnC코오롱 중국법인장을 맡아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이사로 복귀하여 코오롱그룹의 패션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제18대 한국의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6년에 제3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