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 같지 않은 추석 특수는 그렇게 지나갔다. 우려했던 개천절 집회도 큰 탈 없이 그렇게 또 지난 것 같다.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집콕 생활이 일상화될 수 없는 유통맨들은 사람들의 걱정 속에서도 연휴 동안에도 직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며칠 더 앞서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다시 찾은 일상은 이전의 일상과 달라진 게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짧은 옷을 입고 다니던 고객들의 옷차림이 긴 옷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아침처녁에만 쌀쌀했던 날씨가 연휴를 지나며 낮에도 찬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바뀌었다.
사실 백화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사시사철 같은 옷을 입는 경우가 많다. 판매사원들은 자신이 판매하는 브랜드의 상품을 일부러라도 입는 게 우선이지만 판매직이 아니라면 늘상 정장차림을 고수했더랬다. 얼마 지나지 않은 옛날에 그랬다.
지금이야 세월이 좋아져 정장만을 고수하지 않지만 옛날에는 정장 수트를 격식을 차리를 것으로 믿으며 수트를 착용했다. 남성의 경우 한여름에도 긴 소매 셔츠에 긴팔의 정장 수트를 입는 게 기본이었다. 물론 수트를 벗는 경우도 있지만 대고객 서비스를 하는 날이면 수트를 착용해야만 했다.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다고 DJ.DOC는 오래전부터 그렇게 외쳤지만 백화점 직원이 청바지를 입는 날은 얼마 전에 불과했다.
어쨌든 요즘 시즌리스가 유행이라고 한다. 시즌리스가 많아지면 백화점에서 팔 게 더 없어진다는 의미인데, 이걸 그대로 놔두어야 할지 걱정이다. 그런데 예나지금이나 좋은 물건은 두고두고 오래 입는다. 시즌리스를 1년에 한 벌이라고 해석하기 보다는 좋은 제품이니 일년 동안 입어도 되는 것으로 해석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백화점에서도 물건을 팔아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