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의 마음을 뼈저리게 이해하는 중이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도 추석 대목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이 심정이야 말로 홍길동의 마음일 것이다.
홍길동은 결국 아비로부터 호형호제를 허락받았지만 요즘 유통에서 일하는 사람을 어디 가서 “나는 백화점사람이다”라고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겠지만 백화점사람들은 그래도 명절 준비에 분주하다. 명절 제수거리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또는 따뜻한 마음을 전하려는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마음만은 언제나 똑같다.
하지만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세상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한가위에 가족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게 코로나 전파를 막는 길이라는 것과 이에 따라 1년에 한두 번 보는 가족들마저 볼 수 없는 이산가족 아닌 이산가족이 돼 버린 요즘이다. 실제로 우리 가족도 이번에는 만나지 않기로 했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이해한다.
하지만 유통맨으로서의 입장은 개인의 입장과 조금은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사람들을 매장으로 불러야 하고, 가족들과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상품을 하나라도 더 안겨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 예전과는 다른 백화점의 풍경이 펼쳐지곤 한다. 한 백화점에서 추석을 앞두고 아빠의 변신을 주제로 한 이벤트를 개최해 주목받았다. L백화점이 패션 브랜드들과 함께 대고객 메이크오버 이벤트 ‘우리 아빠 변신 챌린지’를 진행한 것이다.
이 이벤트가 대세를 반전시킬 만큼의 결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할지라도 사람들에게 백화점들도 이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줄 수는 있어 보인다.
이런 노력이 소중한 고객들에게 전달돼 추석 전 남은 며칠만이라도 추석 같은 기분을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