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에도 많은 부문이 외국 브랜드의 모방 수준을 넘지 못하였다. 나는 직원들의 상품력을 높이기 위한 창의성을 계발하고자 문화탐방과 사무실 환경 개선 등 간접적인 투자를 했는데, 그에 대한 효과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때까지 브랜드 외국 진출은 중국을 타깃으로 하고 있었다. 2020년 이후에는 중국 이외에 유럽,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 진출해야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키워 경쟁력을 높일 방법은 국외 전시회를 참가하여 직접 주문을 받아 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봉제 수출은 생산 노하우만 있으면 거래선이 기획한 것을 수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기획한 제품을 외국 시장에서 주문을 받아 우리만의 생산 노하우로 생산하고 수출하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나는 몇 개의 브랜드를 선정하여 브랜드별 특성에 맞게 일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선진국 전시회에 우리가 기획하고 생산한 제품을 가지고 참가하여 오더를 수주하는 계획을 협의하여 결정하고 실행계획을 세웠다.
우리가 기획한 상품을 우리 브랜드로 수출해야만 상품력이 높아진다. 상대 시장을 알고 나서는 우리 브랜드로 선진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실력이 되어야 패션 산업을 지속할 수 있지, 그러한 준비가 없으면 2020년 이후의 우리나라 패션 산업은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2011년부터 일부 브랜드가 이탈리아와 독일 전시회에 개별 상품을 가지고 참가하여 작은 성공을 이루었다. 이러한 시도는 우리나라 브랜드가 세계화하는 첫발이었다. 또한 직원들의 눈과 마음을 세계화하는 과정이었고, 상대 시장을 직접 파악해가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우리나라 브랜드가 세계화되리라 생각하였다.
백덕현은 1951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하여 잭 니클라우스 팀장 코오롱스포츠 사업부 이사 등을 역임하며 생산과 유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1년 당시 상무 직급으로 FnC코오롱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으며, 2004년 FnC코오롱 중국법인장을 맡아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이사로 복귀하여 코오롱그룹의 패션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제18대 한국의류학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6년에 제3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