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스몰 비즈니스가 빅 비즈니스로 바뀌고 있다.
업계에 의하면 최근까지 패션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주목받았던 스몰 비즈니스, 혹은 모노 프로덕트가 패션 대기업과 중견 기업으로 무게 중심이 이전되며 스몰 비즈니스라는 이름을 무색케 하고 있다.
패션 비즈니스가 오프라인 중심의 브랜드 비즈니스에서 온라인 중심의 상품 비즈니스로 바뀌면서 주도권을 잡았던 스몰 브랜드들이 최근 힘의 논리에 밀리며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기업은 물론 중견 기업의 내로라하는 패션 브랜드들이 자사몰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인디 브랜드들이 예전처럼 패션의 중심에서 뒤로 밀려나고 있다.
또 디자이너 브랜드와 인디 브랜드의 도움으로 성장했던 여러 온라인 플랫폼들도 최근 대기업 혹은 일반 패션 브랜드 제품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스몰 브랜드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이 같은 온라인 비즈니스의 생태계 변화는 대션 대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패션 대기업들이 자사몰은 물론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확대하는 등 온라인에 역량을 집중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 패션을 이끌어갈 모노 프로덕트 브랜드를 자체 육성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디 브랜드를 인수, 혹은 투자하는 방식으로 인하우스 브랜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온라인 부문에서 한발 앞서 있는 LF는 오래 전부터 ‘모그’ ‘일꼬르소’ ‘질바이질스튜어트’ ‘TNGT’ ‘앳코너’ 등 다수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계열사인 트라이씨클 등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LF몰을 육성, 리딩 패션몰로 성장시켰다. 특히 LF몰은 현재 LF의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몇 년 전부터 온라인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패션은 SSF몰을 육성하는 한편 ‘빈폴키즈’ ‘엠비오’ 등 유명 브랜드를 온라인 브랜드로 전격 전환하는 등 파격적인 방식으로 온라인에 힘을 싣고 있다. 여기에 각 브랜드별로 상품을 테스트하고나 새로운 캠페인을 온라인에서 우선 선보이는 방식으로 온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은 오래전부터 성장 가능성이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피를 수혈했다. ‘슈콤마보니’와 ‘쿠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온라인이 늦었다고 판단, 대표 남성복 ‘스파소’를 온라인 유통으로 전환, 온라인 전용 ‘블랭크블랑’을 런칭하기도 했다. 또 조만간 일부 브랜드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밖에 이랜드그룹과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 대기업군에 속한 패션기업들도 온라인 전용 브랜드와 함께 자사몰을 육성하는 등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런 패션 대기업의 온라인 비즈니스가 자사몰이나 온라인 전용 브랜드에서 그치지 않고 무신사나 W컨셉과 같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물론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무신사를 통해 신상품을 발매하는 것이 일반화된지 오래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영역 확장으로 기존 패션산업의 반대급부로 등장한 스몰 비즈니스나 상품 비즈니스가 빅 비즈니스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을 꼽씹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