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막을 내린 서울패션위크 2026 FW는 패션쇼의 문법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 시즌이었다.
이번 시즌을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단연 AI였지만 그것은 기술의 과시가 아닌 브랜드의 감정과 세계관을 극대화하는 연출 방식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패션에 특화된 AI 영상 플랫폼 바이스벌사의 빔스튜디오가 있었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한 여러 브랜드는 빔스튜디오의 AI 영상 콘텐츠를 단순한 배경이나 오프닝 장치로 소비하지 않았다. 영상은 런웨이 이전부터 쇼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정서와 메시지를 관객의 감각에 먼저 각인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이는 AI가 패션쇼에서 ‘보조적 요소’가 아닌 연출의 핵심 축으로 기능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첫 패션쇼 무대에 오른 ‘에드리엘로스’의 사례는 인상적이다. 120만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 강대헌 대표가 이끄는 이 브랜드는 ‘탐욕’이라는 강렬한 주제를 선택했다. 자칫 추상적으로 흐를 수 있는 이 개념은 VIIMstudio가 제작한 AI 영상을 통해 시각적 감정으로 번역됐다.
영상은 탐욕을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과잉된 욕망의 긴장감, 시선이 머무는 순간의 불편함과 매혹을 영상으로 풀어내며 관객이 감정적으로 쇼에 진입하도록 유도한다. 그 결과 컬렉션이 시작되기 전부터 런웨이는 이미 하나의 서사적 공간으로 완성된다. AI는 이 과정에서 기계적인 이미지와 영상을 생산하는 도구가 아니라 브랜드가 추구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증폭시키는 연출 언어로 작동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장면은 ‘홀리넘버세븐’의 쇼에서 발견된다. 이 브랜드는 관객이 쇼장에 입장해 자리에 앉기 전 대기 시간마저 하나의 경험으로 설계했다. AI로 구현된 뉴욕의 도시 풍경은 서울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자연스럽게 지우며 관객을 브랜드가 지향하는 도시적 무드 속으로 이끈다.
특히 11개의 LED 스크린을 활용한 대규모 연출 환경에서 영상은 단절된 화면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하며 공간 전체를 장악했다. 이는 패션쇼가 더 이상 런웨이 위의 옷만으로 완성되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번 시즌 VIIMstudio가 남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명확하다. AI는 패션쇼에서 차갑고 기계적인 기술이 아니라 브랜드의 감정 태도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6 F/W 서울패션위크에서 펼쳐진 이 장면들은 앞으로의 패션쇼가 어떤 방식으로 관객과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제 패션계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AI를 사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브랜드의 이야기를 얼마나 정교하게 ‘느끼게’ 만들 수있는가. 이번 시즌 그 질문에 가장 우아한 답을 내놓은 것은 분명 VIIMstudio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