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 유통이 움직인다
패션 유통은 오랫동안 오프라인이 담당했다. 특히 백화점과 가두점이 전체 패션유통의 80%를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고착화된 유통의 흐름이 2000년을 전후해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2000년을 전후해 인터넷쇼핑몰과 홈쇼핑, 아울렛, 대형마트가 생겨나거나 세를 확장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간다. 이 때 홈쇼핑은 TV홈쇼핑과 방문판매, 카탈로그 판매 등으로 채널을 확대하며 힘을 얻기 시작했고 할인점이라고 불렸던 대형마트도 이 시기에 세를 과시하며 1년에 1백개가 넘는 점포를 오픈했다. 아울렛도 이 시기 본격화돼 전국의 주요 도시들에는 아울렛이 붐처럼 일었다. 다만 인터넷쇼핑몰은 당시 옷을 보고 사야만 한다는 강박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패션유통을 돌아보면 당시의 질서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돼 버렸다. 찬밥 취급을 받았던 온라인몰은 이제 전체 오프라인을 앞설 정도로 성장했고, 홈쇼핑도 꾸준히 세를 넓히고 있다. 반면 불황을 모르던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몇 년 전부터 폐점 사례가 생겨나고 있고 아울렛은 유령 점포로 변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여러 가지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졌고, 구매패턴이 달라졌으며 정보의 과잉시대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독점되던 시절에서는 상품 정보를 판매사원에게서 얻어야 했지만 스마트폰 하나면 무엇이든 찾을 수 있는 시대다. 최근에는 유튜브까지 가세해 원하는 정보를 영상으로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1인 가구의 증가라고 생각된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먹고, 혼자 쇼핑을 하며 살아간다. 여러 가지를 혼자 하다 보니 직접 해야 할 일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른바 공유경제의 역할이 나눠지게 된다. 혼밥, 혼술이야 익숙해졌지만 쇼핑이나 운전, 스타일 등은 남이 해주면 좋은 일이다.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들이 인기를 얻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1인 가구 소비자들이 대세를 이루는 사회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온라인이 힘을 얻고 오프라인이 힘을 잃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프라인의 미래를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은 브랜드를 알리고 상품을 판매하는 효과적인 채널이 분명하다. 문제는 온라인이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시대가 발전한면서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패션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온라인에서 팔든, 오프라인에서 팔든 많이만 팔면 좋겠지만, 현재와 같은 구조가 지속될 경우 독이 든 성배가 될 확률이 높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알아서 구조가 재편되기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피해가 너무 커진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균형,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공생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다음주에도 흥미진진합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