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산업이 늙어간다
대리점과의 공생이 해법
오프라인 유통의 위축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유통시장의 공통적인 흐름이다. 그만큼 온라인의 편리함이 오프라인의 전통을 무너트리고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유명한 오프라인 매장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비효율 점포만 문을 닫았을 뿐 오프라인 유통이 상대적으로 건재한 모습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유통 시스템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홀세일 시스템이 일반화된 외국과 달리 위탁 시스템이 기본이다. 위탁 시스템은 쉽게 말해 패션 브랜드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대신 팔아주고 그 댓가(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이런 유통 시스템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재고와 판매 부진 등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반면 이 리스크를 패션 브랜드가 고스란히 가져가게 된다. 따라서 패션 브랜드가 중단되는 사례는 많아도 유통이 문을 닫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최근 이런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온라인이 등장하며 힘의 균형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오프라인 유통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은 예전과 같은 갑질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이전에도 을이었던 가두점의 경우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위탁제의 역설인 셈이다. 위탁제의 핵심은 상품의 소유권을 패션 브랜드가 갖는 것인데, 온라인에서는 이 상품을 소유한 자가 승자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품을 소유한 자, 즉 패션 브랜드가 힘의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당장은 백화점들이 힘의 논리를 앞세우며 이것저것 간섭하며 방해하고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가두점이다. 가두점의 경우 패션 브랜드와의 관계에서 언제나 을이었다. 그런데 온라인 시대 갑을병정... 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가두점들은 온라인에 매출을 빼앗겼지만 이를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등이 시행되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가두점주들의 볼멘소리를 이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거의 모든 패션 브랜드들이 온라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여러 유통 구조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즉각적인 채널이 온라인이기 때문이다.
그럼 패션 브랜드들에게 오프라인은 없어져야 할 채널인가? 그렇지는 않다. 실물이 없는 온라인은 앙꼬(팥소) 없는 찐빵과도 같은 존재다. 실물에 대한 이미지도 필요하고 이를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오프라인 전시장은 꼭 필요하다. 문제는 온라인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매장 간의 경쟁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매출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현재 상황에 대한 해법은 공생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까지 패션 브랜드의 매출을 책임졌던 가두점 시장의 급격한 몰락이 시장에 줄 충격을 완화해야만 한다. 안정적인 구조조정, 연착륙을 위해서는 패션 브랜드가 우선적으로 상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온라인 매출을 대리점과 나누는 방안을 제안해본다. 예를 들어 대리점을 광역 단위로 나누거나 지역별로 나눈 다음, 해당 지역 소비자의 온라인 매출의 수익을 대리점과 나누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대리점의 온라인에 대한 불만을 줄일 수 있고, 이후 일반화될 수밖에 없는 O2O 및 옴니채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