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선주의 감) #14 올바른 가치평가와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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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선주의 감) #14 올바른 가치평가와 브랜딩

케이스토리 0 2020.01.29

런던에는 새빌 로(Savile Row)라고 하는 고급 양복점 거리가 있다. 전통적인 비스포크 방식의 수작업으로 맞춤 양복을 제작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는 양복의 단추 구멍을 기계로 뚫는 것이 아니라 수작업 한 상품을 쉽게 볼 수 있다. 주문 고객이 자기 옷의 단추 구멍을 특정 작업자가 해주기를 의뢰하기도 한다. 그 만큼 핸드 스티치의 가치에 대해 높게 생각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북촌 한옥마을에 있는 색실누비공방을 방문한 적이 있다. 색실누비로 만들어진 골무, 브로치, 클러치 백 등에 한 땀 한 땀 정성이 누벼져 있었다. 색실누비공방의 장인 김윤선 공예가는 할아버지가 쓰시던 쌈지를 보고 색실누비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한지를 돌돌 말아 촘촘한 바느질로 문양을 만들어가며 바느질을 한다. 바느질 사이사이에 들어 있는 한지는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해서 바늘 같은 것의 녹을 막아주는 기능성도 있다. 색실누비에 사용되는 원단도 모두 자연 염색을 하고 다듬이질을 하여 준비된다. 색실누비로 완성된 작품 하나하나를 보자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이러한 색실누비 작품들로 외국에서 한국의 공예를 보여주는 전시에도 참여하고,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도 진행하셨다고 한다.

 

이러한 좋은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가치가 올바르게 평가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알고 있는 이들이 그 가치가 절하되지 않게 움직여야 한다.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일은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이다. 또한 그 가치를 바르게 평가해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에 가치를 안다면 바르게 평가하여야 한다. 하지만 가치 있는 공예 작품들이 합당한 가치를 받고 있는 경우가 드문 것이 안타깝다.

 

어느 유명한 명품 가방은 소비자가 높은 고가의 가격을 마련하여도 원하는 색상의 가방을 매장에서 구매할 수 없다. 그 날 그 매장에 들어온 가방을 확인한 후 살 의향이 있다면 구매를 하게 되는데 상품의 희소성 때문에 그 가치는 점점 올라간다. 소비자들은 그 가방이 핸드메이드제품으로 장인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하나의 제품이 완성된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가치평가에도 높은 기여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 가방의 금전적 가치가 형성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고객이 왜 이 가방을 가지고 싶은지, 또 이러한 가격이 왜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옷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향되고 있다. 대량으로 복제되어 제작됨으로 과잉 공급이 되고 디자인의 가치 또한 저평가가 되기도 한다. 80년대의 디자이너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와 현재 디자이너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 또한 많은 차이가 느껴진다. 디자이너 브랜드 가치 또한 많이 낮아졌다. 저가의 상품으로 많은 양을 판매할 것인지, 아니면 가치 있는 상품을 어떻게 판매 할 것인지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따라 그 방향도 달라질 것이다.

 

 

감선주 디자이너는 경희대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공부를 더하고 2010년 자신의 브랜드 ‘TheKam’을 런칭했습니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의 가면 디자이너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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