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쓰는 편지) 추억이 되는 일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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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쓰는 편지) 추억이 되는 일상들

하늘나는펭귄 0 2020.01.16

잠들기 전 옆에 누운 아빠 볼에 아주 찐~~하게 뽀뽀를 하는 녀석...

비록 아빠의 입술 뽀뽀는 거부하지만 본인은 마음 내킬 때 마음껏 아빠 볼에 뽀뽀를 합니다.

벌써 12살이 됐지만 아직도 코골이가 심한 아빠와 같이 자는 걸 좋아하는 따님이 고맙습니다.

따님은 아빠가 책을 읽어줘야 좋은 꿈을 꾼다고 얘기합니다.

몇 페이지라도 책을 읽어줘야 합니다.

가끔 아빠가 술 마시고 들어온 날이면 아빠를 다른 방으로 내쫓긴 하지만 잠자리에 들어가며 아빠를 부르는 따님이 사랑스럽습니다.

 

따님은 10살이 되어서도 아빠와 샤워를 했습니다.

엄마랑 샤워하면 장난도 못치고 혼나기 일쑤였지만 아빠랑 샤워하면 장난도 치고, 소꿉놀이도 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11살이 되면서부터는 샤워할 때 아빠를 들어오지 못하게 합니다.

혹여 따님이 샤워하는 동안 화장실 문이라도 열었다간 변태아빠소리를 감수해야만 합니다.

몸은 편해졌지만 가끔은 따님과 같이 샤워하던 때가 그립습니다.

 

따님이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샤워하다 생긴 에피소드 입니다.

초딩 따님과 샤워 시간에 아빠는 카페 손님도 됐다가, 헤어디자이너가 됐다가 해야 합니다.

매일 새로운 역할놀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아빠는 미용실 원장 선생님이 되었고, 초딩 따님은 패션모델이었습니다.

 

샤워가 끝나고 역할 놀이도 끝날 때쯤 초딩 패션모델이 물었습니다.

 

근데 남자에요? 여자에요?”

? 저요 남자에요~. 딱 보면 모르겠어요?”

네 모르겠어요?”

왜요? 내가 여자처럼 예뻐 보여요?”

아니요! 그냥 ,,,(초딩 따님의 시선이 슬며시 아래로 향했습니다) 안보여서요~~~”

“!!!!!!! ㅍㅍㅍㅍㅎㅎㅎㅎㅎ

 

.

아 놔~~~

이놈을 성추행범으로 신고해야 되나~~

이러려고 이놈을 씻겼나 좌괴감도 들고 .

 

예전 개인 SNS에 올린 글을 보니... 따님과 샤워하던 시절이 그립긴 합니다.

이제 다시 그 시절은 오지 않을 추억이 돼 버렸습니다.

따님과의 일상들이 이제 추억으로 남습니다.

 

어제 책을 펼쳐든 아빠 얼굴에 닿던 따님의 진한 입술 자국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따님과 나란히 누워 동화책을 읽어줄 날도 이제 몇 달, 길어야 몇 년 뿐이겠지요.

이렇게 글이라도 남길 수 있어 다행입니다.

 

자식들 다 키워놓은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알콩달콩 딸과 보내는 일상에 행복합니다.

이 일상들이 하나 둘 추억이 되어가는 게 조금 아쉽습니다.

시간이 조금 천천히 흘러갔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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