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선주의 감) #6 사진에 담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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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선주의 감) #6 사진에 담긴 세상

케이스토리 0 2019.09.15

사진을 통해 보는 세상은 내가 직접 보는 세상과는 차이가 있다. 사진을 찍은 사람의 감정과 삶을 바라보는 시각은 모델의 감정 등이 투영되어 사진에 담긴다. 그래서 사진을 보면 사진을 찍은 이의 삶의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등 여러 가지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카메라를 통해 표현되는 작가의 다양한 감정들이 참 신기하다.

 

어릴 때 ‘NOTEBOOK ON CITIES AND CLOTHES’라는다큐멘터리 영화를 본적이 있다. 감독의 내레이션과 함께 요지 야마모토의 작업과정과 인터뷰 등이 담겼다. 여러 패션 디자이너들의 작업과정이 다큐멘터리로 엮은 필름은 많았지만 이 영화가 오래까지 기억에 남은 것은 시각적인 디자인 발상 뿐만 아니라 디자인 리서치에서 사진에 찍힌 사람들의 태도(Attitude), 감정 등 사람들이 깊이 고민하는 흔적이 담겼기 때문이다.

 

보통 패션 디자이너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바쁜 패션쇼의 스케쥴, 장인들의 옷 제작 모습, 디자이너들의 화려하고 멋진 생활 등이 주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담담한 내레이션을 통해 디자이너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꾸밈없는 일상생활 등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요지 야마모토가 디자인 리서치를 통해 보았던 사진과 그 사진을 보고 제작된 옷에서 동일한 감정을 느꼈던 난 디자인 발상의 신세계를 본 것만 같았다.

 

시각적인 디자인 발상법에서는 종종 빈껍데기 같은 겉모습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옷을 본 것 같은데 공허한 감정이 일어난다. 때때로 정말 심플하고 미니멀한 옷인데 무언가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옷들이 있다. 이러한 깊이가 다큐멘터리 속의 요지 야마모토의 옷에서도 느껴졌다. 옷에서 나타나는 깊이의 차이를 일부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저 시각적인 모습을 변형해서 나타내고 실루엣을 변형하는 것과는 뭔가 다른 감정이 그의 컬렉션과 옷에 나타난다. 때때로 디자인 발상을 가르칠 때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학생들에게 틀어주기도 하는데 쉬운 내용은 아니다. 시각적 디자인 발상과 연계 발상도 어려운데 감정과 깊이를 넣으라고 하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다. 디자인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 나 자신도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디자인 리서치를 할 때 포트레이트 사진, 일상을 닮은 사진 등 어떤 인간의 감정을 담고 있거나, 사람들의 삶을 나타내는 사진을 중심으로 많은 사진책을 보고 리서치로 활용한다. 그 중에는 유명 작가의 사진도 있지만 무명작가의 사진, 단순 기록 사진, 빈티지 마켓에 종종 나타나는 가족사진 등이 있다. 다양한 사람의 모습들이 사진을 찍은 이의 감정, 모델이 되어준 사람들의 태도, 그리고 사진의 보는 이의 감동이 함께 어우러져 멋스러운 일상을 나타낸다. 이러한 일상의 감정을 담은 옷에서는 깊이가 느껴진다.

 

옷은 심미적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생필품이다. 항상 사람들이 착용하는 옷에서 제작자의 감정, 옷을 입은 사람들의 태도,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이의 감동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도 참 멋지다.

 

(사진 요지 야마모토 홈페이지)



감선주 디자이너는 경희대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공부를 더하고 2010년 자신의 브랜드 ‘TheKam’을 런칭했습니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의 가면 디자이너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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